BACK TO LIST
PREV NEXT
<타인들의 이야기>
조윤지
2025. 5. 8 - 13
13:00 - 19:00

로컬 어펙트 : 조윤지의 전시 < 타인들의 이야기 >에 관해서

조윤지의 회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인다. 위에서 본 지도와 모호함. 지도는 직접
걸어서 제작하는 고전적 방식이 있고 전방위적 시각에서 포착하는 현대적, 또는 지금의 방식
이 있다. 당연히 고전적 방식은 정확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기술을 이용한 전방위적 포착의
방식은 정확하다. 하지만 이 정확한 지도가 지도의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있을까? 가령 그곳의
풍경, 거주민들, 사건들 등 삶의 다양한 색채들을 담을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의 지도는 확
장을 위한 자본주의적 목적이나 전쟁을 위한 군사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조윤지의 회화 속 지도는 위에서 바라본 지도이지만, 뚜렷한 형태를 취하지 않
는다. 다만 군사분계선이나 DMZ 표시와 같은 역사적 의미를 함축한 선들만이 분명하다. 모호
한 형태 속 지역은 그곳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여전히 알 수 없는 장소처럼, 하지만 분명
그곳에 삶이 있고 죽음이 있는 그런 장소처럼 나타난다. 한 마디로 지도는 삶의 흔적을 보고
자 하는 우리의 시선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질문을 유도한다.

조윤지가 지도를 그리게 된 데에는,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모스크 파괴의 뉴스가 동기
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지구의 거의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비극적 사건을, 여름이 되면 비
가 내리고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리는 일상적 사건처럼,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우연적 사건처럼 경험하는 대신, 지역의 사람들이 겪었을 수 있는 삶의 차원에서 경험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익명성을 가지고 탄생하고 죽지만, 그들 하나하나의 개인적 탄생과 죽음
은 고유하고 특별하다. 그런데 지구의 반대편 끝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 그들의 삶의 믿
음의 상징인 모스크가 파괴되는 사건은 그저 일상적이고 우연적인 일이 아닌 것이다. 

시선은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세계를 구획하고 나눌 수 있지만, 그래서 이곳과 저곳, 지금과
과거를 나눌 수 있지만, 정동(affect)은 그렇지 않다. 정동은 지역을, 로컬을 나의 장소와 무관
한 장소처럼 다른 장소를 두지 않는다. 정동에 의해 로컬은 서로 연결되고 로컬들은 공통의
정동적 환경 안에 들게 된다. 조윤지의 회화는 우리의 시선이 내포하는 정동적인 성격을 개발
할 것을 요청한다. 저곳 또는 오랜 과거의 어느 때는 어떤 정동적 끈에 의해, 이곳 또는 지금
과 연결되어 있다.

글. 정지은
인스타용,_포스터_WHDBSWL.jpg
GFT_0384.JPG
GFT_0396.JPG
GFT_0414.JPG
GFT_04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