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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실험 047
< 44번가의 창문이 4개 있는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
김희조
2023년 12월 1일 ~ 2023년 12월 12일

《44번가의 창문이 4개 있는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집이라는 공간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난 상태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공간 파도는 ‘자식이’가 가족 공동체를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를 찾기 위해 임시로 머무르고 있는 장소이다. 떠나온 자식이는 ‘하우스리스(houseless)’와 ‘홈리스(homeless)’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우스는 나무, 벽돌, 돌 등에 의해 기둥을 세워 만든 구조물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장소라는 의미로 구조적, 물리적 집의 성격을 포함한다. 반면 홈은 구성원이 따뜻한사랑을 느끼거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나온 자식이는 물리적 공간인 하우스와 홈을 모두 상실한 채, 공간 파도에 잠시 머물고 있으며, 다음 여정을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김희조가 선보인 퍼포먼스 《4/4/4》의 후속 버전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명 “44번가의 창문이 4개 있는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지난 프로젝트와의 형식적 유사함을 가져옴과 동시에, 집이라는 물리적 건물을 부각하고자 고안되었다. 지난 프로젝트가 3명으로 구성된 망한 가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였다면, 이번 전시는 이 3인 가족에서 독립한(?) 자식이가 전면적으로 등장한다. 사실 자식이가 스스로 공동체에서 탈퇴한 것인지, 혹은 쫓겨난 것인지의 네러티브는 전혀 알 수 없다. 어쨌든 자식이는 지금 한때나마 안정감을 선사했던 물리적 공간을 상실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임시로 머무르고 있는 상태이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김희조의 두 겹의 천을 겹쳐서 제작한 회화의 제목은 < 혼자 살며 감시를 피하는 방법 >, < 하늘에서 굴러 떨어져도 당황하지 않는 방법 >, < 사람과 사람을 교환하는 방법 > 등이다. 이 제목들은 혼자인 자식이의 상황을 무의식중에 반영하고 있다. 전시장 전면을 채우는 월페인팅은 자식이가 집을 떠나 정처없이 밖을 떠돌면서 보았던 풍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걸으면서 혹은 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 또 때로는 지역을 옮기면서 기차 등과 같이 각기 다른 속도감을 지닌 이동수단에서 자식이가 바라봤을 풍경들이다. 이 월페인팅은 바깥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에, 전시 공간을 내부인지 외부인지 혼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시장 가운데 놓여진 카트에 있는 자식이는 멀쩡해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자가 보행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그는 카트에 의지하여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닌다. 전시장 바닥 곳곳에 놓인 잔디매트는 누군가 뱉어놓은 오물처럼 보인다. 사실 집 내부의 오물은 청소라는 가사 행위를 통해 제거될 것이다. 그렇기에 전시장 내부의 이 오물들은 이 공간을 집 내부의 안전하고 평안한 공간으로 인식하는지, 혹은 외부로 인식하는지를 혼동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자식이와 함께 전시장에 펼쳐지는 요소들은 모두 우리가 익숙한 곳을 떠나서 겪었던 불안감과 같은 감정을 야기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것들은 여전히 자식이와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전시장을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집(home)이라고 느끼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혼동하게 하는 만든다. 자식이가 벗어난 붕괴된 가족 공동체는 때로는 편안함을 주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형식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란의 상황 속에서 자식이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한번의 이주를 경험하고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그는 영원하지는 않을 이 임시공간에서 다음을 예비하며 지낸다. 그럼에도 자식이의 모습은 그리 서글퍼보이지 않는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고, 삶은 어떻게든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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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글: 김제희
디자인: 안채연
사운드: 남민오
사진: 안재우
협조: 임솔몬




김희조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화, 퍼포먼스, 출판물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주로 갖는 일반적인 기대를 뒤집는 작업을 하고 있다. 퍼포먼스의 경우 특이한 인형을 자주 사용하는데 대표적으로 본인의 키만한 사람인형 자식이와 태엽 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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