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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실험 039
< 깎은 손톱 대신 아몬드 조각을 >
정윤아,  정성아
2022년 10월 29일 ~ 11월 11일

< 세계를 확장하기 : 즐거운 현실과 서글픈 판타지를 향해 >​

글: 방영아 

정윤아는 우발적인 드로잉이 ‘이미지’로서 세계에 닻을 내릴 방법을 고민한다. 나무 판넬에 그려진 연필 드로잉은 아이폰 카메라와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작가가 계획하지 않은 색채와 양감에 도달한다. 최초의 드로잉과 후발대의 웹-이미지들은 순서를 알 수 없게 뒤섞여 한 화면 안에 같은 재료로 묶이며, 여기서 제목은 구체적인 출처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힌트로 기능한다. 아주 구체적이었을 ‘검색 결과’와 색채와 필치의 추상성으로 남은 ‘결과물’의 대비는 작가가 구현한 뜻밖의 연결성을 궁금케 하는데, 그것은 때때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통용되는 기호들로 작동하여 먼 곳으로부터 전달되는 감각으로 남는다.

정성아는 ‘가족 선산 이장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사적인 경험과 상실된 미래를 즐겁고 서글픈 판타지로 확장한다. < 무덤이 줄어들고 있다 >는 실제 무덤 포화 상태로 국가적으로 이장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의 상황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뛰어넘은 인구 감소로 계속해서 줄어들 미래의 무덤 등 다층적인 의미의 ‘줄어듦’을 담는다. ‘줄어들’ 무덤들은 가짜임을 외치는 인공 색채로 뒤덮여 전시장으로 소환되는데, 크기는 전부 제각각이라서 손보다 조금 큰 무덤도, 작은 반려동물이 연상될 법한 무덤도 있다. 무덤을 지나쳐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정성아가 리서치 과정에서 인터뷰한 12사람의 말들이 벽에 붙었다. 형편에 따라서 달라질 죽음 이후의 형태를 건조하게 짚는 40대, 아이돌 생일 카페마냥 자신의 장례-카페를 꾸미고 싶다는 20대, 자신이 태워 묻은 조상의 현재처럼 나무 아래 흙으로 남고 싶다는 70대. 이 인터뷰가 가장 반짝이는 지점은 각기 다른 답변들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 묻는 데에 있지 않다. 단지 언젠가 다가올 일들에 대한 유연한 대화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깎은 손톱 대신 아몬드 조각을”이라는 전시 제목은 정윤아, 정성아 두 자매가 어릴 적 즐겨 보던 동화 『마녀 백과사전』에서 따왔다. 동화 속 마녀는 인간의 가녀린 소화기관을 걱정하며 깎은 손톱 대신 아몬드 조각으로 요리하기를 추천한다. 그러나 정말 아몬드는 안전하고 손톱은 위험할까? 언제나 판타지는 즐겁고 허구적이며 현실은 서글프기만 한가?  

-전시서문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