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LIST
PREV NEXT
< (이번에는)진짜 거짓말이야, 믿어줘 >

문성주
2‌021년 12월 26일 ~ 2022년 1월 9일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1929년의 작품 < 이미지의 배반 La trahison des images >에서 파이프의 그림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ipe’ 라는 문장을 함께 적는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파이프가 아닌가? 미술은 ‘파이프의 그림’을 두고 ‘이것은 파이프이다 Ceci est une pipe’라고 이야기하는 식의 거짓말에 늘 어느 정도 의존해왔다. 또한 관객은 이러한 거짓말을 받아들이고, 믿어 주고, 동의해 준다. 이렇게 관객이 거짓말을 믿어 주는 과정을 통해 미술은 의미를 획득한다.

미술은 이러한 거짓말과 같은 다양한 제도적 틀을 따른다. 예를 들어, 미술 전시장에 동물은 들어올 수 없고, 전시 공간은 사방의 하얀색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앞에는 차단봉이 놓여서 작품을 사람들이 만지는 것을 방지하여야 하며, 작품 옆에 있는 작은 텍스트들은 작품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 작품의 정보 등을 담아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틀 중 몇몇은 명확하게 감지되지만, 어떤 것들은 명확하지 않게 감지되며, 또 어떤 것들은 전혀 감지되지 않기도 한다.

본 전시는 거짓말을 하는 전시이다. 이 거짓말 중 어떤 것은 명확하게 느껴질 것이고, 어떤 것은 자신을 숨기고 있어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관객은 발견한 거짓말을 믿어 줄 수도,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서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