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행을 갔다 와서 이미 지난 여행 기록을 남겨보려 노력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록을 남기려 노력해도 그 날의 기억들이 뒤죽 박죽 되어 정확한 순서를 알 수 없게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날 이후 기억이 사라지는 순서를 자세히 관찰 한 적이 있다. 맨 처음 시간이나 숫자, 디테일한 정보들이 사라진다. 이름, 명칭 등이 그 것이다.
이렇게 시간, 숫자, 디테일한 정보들이 사라지고 난 후 일이 일어난 순서들이 뒤죽 박죽 되기 시작한다. 이 때 부터 기억은 뭉뚱그려지고 추상적으로 변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기억은 기분이나 감정이 섞인 순간 순간의 장면 혹인 후각적이거나 맛 같은 감각적 느낌만을 머릿속에 남겨 놓게 된다.
나는 이렇게 하나의 기분, 느낌, 감각 덩어리가 된 기억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드로잉으로 남긴다. 추상적인 기억들은 점, 선, 면을 통해 베끼듯이 나타나고 그 반복적인 사유의 기록은 패턴처럼 반복되어 하나의 알고리즘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