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후 < 조금 더 가까이, 충분히 가까이 > 2021년 4월13일 ~ 2021년 4월 18일 조은후는 여성-퀴어-소수자의 이미지를 렌더링해 그리면서 회화가 가진 ‘재현’이라는 속성을 뒤튼다. 회화는 과거부터 재현을 담보로 하며, 사실적으로 다듬어져 만들어진 이미지는 필시 회화 ‘바깥세계’에 있는 어떤 실체를 가리키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셀피를 바탕으로 ‘상상 속 퀴어’를 부유하는 이미지로 구축하고 조립하여 캔버스 위 ‘현실적’ 이미지로 선보인다. [Little closer, close enough]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대어 있는 반쪽짜리 얼굴의 인물들은 모두 작가 자신의 셀피를 변형하여 만든 아바타들이다.
이들은 ‘트레이싱’된 대상인 ‘작가 자신’이라는 현실에 미약하게나마 연결되어 있으면서 분명히 작가와는 다른 ‘타자’인 가상이기도 하다. 특정 대상에의 지시가 ‘칼’이 될 수 있는 여성-퀴어-소수자의 입장에서 끼인 가상인 퀴어 아바타의 존재는 자신을 숨기면서도 드러낼 수 있는 대안적 매체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끼인-가상 존재인 아바타는 표면적으로는 어딘가 실존하고 있을 여성 퀴어-소수자 커플을 남몰래 지시하고 있기에, 그러면서도 동시에 도저히 불가능한 세계를 재현하고 있기에, 있는-세계와 없는-세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